얼마 전에 쓴 글이다. 한 번 써 보고 싶은 소재라 내가 제시했는데 쓰려고 그러니 어떻게 써야 될지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글 쓰기 전 주에 1984를 읽었던 게 도움이 되었던 글이다. 왠지 마음에 드는 글이다. 아래 배반도 꽤나 마음에 드는 글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이 글을 어떻게 느낄까? 어쨌든 지금은 마음에 드는 글이다.
나는 평화주의자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이 세계를 다스리고 있는 지도자입니다. 내가 이 세계를 다스리기 전에 이 세상은 전쟁터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빈부격차라는 것이 생겨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었다더군요. 그것은 서로에 대한 불신을 만들고 싸움을 일으켰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에는 지도부와 백성 이렇게 두 부류가 있습니다. 백성들은 절대로 가난해 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지도부의 덕택으로 모두 일정 수준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은 그것에 대해 만족합니다. 지도부는 백성과 다른 수준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백성들은 자신의 재산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변 백성의 것은 물론 지도부의 것을 탐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무전무존죄에 속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라는 말이 있었다더군요. 돈이 있으면 죄가 없고 돈이 없으면 죄가 있다는. 그게 무슨 말이지요. 우리 지도부에서 공공연히 통하는 유전유존 무전무존이라는 말과 비슷하군요. 돈이 있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고, 돈이 없는 것이 존재하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돈이 없는 데 죄를 지을 수 있다니, 참 놀라운 생각이군요.
나는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우리 국민들 역시 역사와 전통을 사랑하고 아낍니다. 역사책을 찾아보다가 한 사건을 찾았습니다. 대기업 총수가 술집 종업원에게 보복폭행을 가해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것이야 말로 혁명이군요. 감히, 지금의 지도부에 해당하는 기업총수를 철창으로 보내다니. 기업총수도 시대를 잘못 타고난 사람인 것 같군요. 술집종업원에게 한 마디만 했으면 됐을 것을. “무전무존”. 하긴, 그 말은 지금에나 나온 말이지요. 지금으로 지도부에 해당하는 그가 “무전무존” 이라는 말을 했더라면, 그 술집 종업원은 갖고 있는 모든 돈을 사회의 약자에게 부여하게 되고 모든 기록에서 삭제되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비밀이란 없습니다. 평화를 위해서는 모든 거래가 깨끗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옛날 같으면 무전무존이라는 말의 실효를 숨겼겠지요. 뭐더라. 인권이라는 단어였던가? 어쨌든 인권인가 뭔가라며 백성들이 들고 일어날 테니 말이지요. 지금은 아니예요. 무전무존이라는 말이 발효되면 백성들은 더 좋아하는 걸요. 그들의 돈이 모두에게 분배되니까요.
인권? 그게 무슨 단어입니까? 요즘 사라지고 있는 정의나 신념이라는 단어 따위와 비슷한 단어인 것 같은데. 역사책을 보니 그 단어가 옛날에는 심심치 않게 쓰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젊었을 때 읽었던 조지오웰의 1984에서 신어가 생기는 것처럼. 구어는 사라지는 것처럼. 우리에게 그런 단어는 필요없는 단어입니다. 아 물론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저는 절대 언어를 없애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1984의 빅브라더는 구어를 없애고 신어를 만들었지만, 전 평화주의자입니다.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지요. 그런 단어가 사라진 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지요. 돈이 곧 정의입니다. 돈이 곧 신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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